어기 세상에 나오다.
선천성 안명기형으로 태어난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에게 세상은 가족과 집이 전부였다. 얼굴을 감추는 것에 익숙했던 그는 헬멧을 좋아하는 소년이기도 하다. 가족의 사랑 아래 자랐던 어기는 10살이 된 해에 새로운 세상으로 한 발을 내딛는다. 바로 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더 큰 세상을 경험하길 바랬던 엄마 이사벨과 아빠 네이트는 모두에게 도전이 될 어기의 학교생활을 지지한다. 장애를 가진 동생이었기에 배려와 양보가 당연했던 누나 비아도 이 도전을 함께 지켜봐 준다. 어기의 첫 등굣길은 쉽지 않았다.서로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학생들은 어기의 얼굴을 보고 놀라기도 하고 그를 놀려댔다. 다행히 어기에게 다가온 친구들이 있어 학교에 적응해가지만, 어기의 친구 역시 어기와 함께 놀림받게 되자 어기를 외면하는 모습도 보인다. 처음 겪어보는 좌절감 속에 어기는 혼란의 시기를 겪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가족 역시 가슴 아프긴 마찬가지다. 늘 어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이 불만이었던 누나 비아도 함께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비아 역시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한다. 각자의 이유로 모두가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지나야 했지만 다행히도 어기의 도전은 실패가 아닌 성공으로 끝이 난다.어기의 외모를 손가락질하던 학교 친구들이 어기의 과학 실력에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내가 하지 못하는 것을 어기가 해내는 모습을 보자 아이들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어기에 대한 경계심이 무너졌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관계가 된다. 다른 친구들을 차별하지 않고 친절을 베푼 어기는 모든 아이들의 박수를 받으며 학년을 마무리한다.
가족 그리고 우리 모두의 성장기
모든 것을 자신에게 맞춰주는 부모님과 어기의 장애를 내 탓으로 생각하는 누나 비아는 늘 어기를 사랑으로 대한다.
영화는 어기의 세상적응기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이 겪는 어려움과 함께 모두가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낸다. 영화 초반엔 학교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어기를 응원하는 마음이 컸다면 후반부로 넘어갈수록 장애인이 있는 가족의 삶을 응원하게 된다. 특히 비아의 스토리가 마음이 아팠다. 가족 품이 아닌 세상의 품에서 자라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도 공감이 갔고, 자신이라도 이 집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에 늘 자신의 마음을 숨기며 사는 비아의 마음도 공감이 갔다. 어기를 중심으로 흐르던 집안의 공기는 어기가 세상에 나가면서부터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어기는 부딪치고 깨지면서 조금씩 내면이 단단해진다. 대인관계라는 것을 경험하고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영화는 어기 개인의 성장이 아닌, 가족 한 명의 변화가 만드는 가족의 변화를 그려낸다. 나아가 어기의 등장으로 인해 수많은 아이들이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영화에서는 편견이나 차별이 당연하게 표현되고 장애를 손가락질하는 학부모들의 모습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장애통합교육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많은 교육 현장에서 장애인을 직접 만나는 일들은 많지 않다. 어려서부터 함께 하는 법을 배우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법을 배운다면 어기처럼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사라질 것이라 믿는다.어기의 친절함에 아이들 한명 한 명이 변하고 서로를 믿고 행동하는 친구사이가 된다. 누군가 먼저 용기를 내어야 한다는 점이 너무 나도 쉽지 않지만, 한 명이 시발점이 될 때 모든 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준다. 그리고 그 시작점이 내가 될 수 있다는 용기도 같이 북돋아준다.
원작 소설과 영화 캐스팅
영화 원더는 동일한 이름의 베스트셀러 <원더>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무려 118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책으로 저자인 R.J. 팔라오시는 "친절을 선택하라"라는 캠페인을 통해 편견을 버리고 함께 친절을 베풀 것을 모두에게 요청했다. 영화와 책은 '나의 작은 친절함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해준다. 이전까지 아무 생각 없이 바라봤던 장애에 대한 시선이나 편견을 돌아보게 했고, 놓치고 있던 소중함을 기억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주인공 '어기'역에는 제이콥 트렘블레이가 캐스팅됐다. 제이콥은 절망 속 희망을 담은 영화 <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둘 다 세상과 단절되었던 캐릭터라는 점에서 배역을 맡은 제이콥의 선택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수분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만의 에너지로 연기한 제이콥 덕분에 영화는 개인의 성장이 사회에 미치는 거대한 영향력을 잘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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