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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웰컴투동막골, 오래된 미래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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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동막골에 드리운 전쟁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한반도 전부가 불구덩이 속에 신음하던 그때, 전쟁이 일어난 지 모르는 강원도 산골 동막골에 연합군 병사 스미스가 탄 전투기가 추락한다. 때마침 국군에서 도망친 표현철(신하균)과 인민군 리수화(정재영) 일행이 동막골에서 마주치게 된다. 순수한 동막골 마을에 그야말로 모든 군인이 다 모인 것이다. 연합군과 국군, 인민군이 한자리에 모이자 이들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이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그저 일상을 이어갈 뿐이다. 대치하던 군인들은 간밤의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조금씩 경계심을 내려놓게 된다. 택기(류덕환)는 수류탄을 놓치게 되고 떨어진 수류탄이 불발탄이라 여긴 표현철이 식량창고에 수류탄을 던지게 되면서 곳간에 가득 차 있던 옥수수가 팝콘이 되고 만다. 식량창고가 불타자 군인들은 총이 아닌 쟁기를 들고 밭일을 나선다. 그제야 동막골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들은 주민들에 동화되어 함께 즐거움을 나누기 시작한다. 멧돼지가 나타났을 때 힘을 합쳐 연합작접이 펼쳐지기도 한다. 즐거움도 잠시, 스미스가 떨어진 곳이 인민군의 요충지인 줄 알았던 국군은 동막골을 파괴하기로 마음먹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연합군, 국군, 인민군은 함께 힘을 합쳐 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다시금 힘을 모은다. 왜 전쟁이 시작된지도 모른 채 총을 들고 서로를 겨눠야 했던 슬픈 시대를 이야기하는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은 이념을 떠나 함께 살아가는 공존을 이야기한다.

누구를 위한 전쟁이었는가

<웰컴 투 동막골>은 다른 사상과 이념 아래 세워진 남한과 북한의 6.25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벌써 70여 년이 지난 오래된 전쟁이기도 하다. 영화는 전쟁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부대를 이탈했거나, 낙오한 군인들이 낯선 마을에 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전쟁이 일어난지도 모른 채 낯선 복장을 한 군인들을 손님으로 맞이하는 순수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 동막골이 영화의 배경지이다. 이곳에 도착한 군인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전쟁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었다. 북한군의 남하를 막기 위해 다리를 폭파해야 했던 군인, 남한이 쳐들어온 줄 알았다는 북한 군인, 우리나라를 돕기 위해 찾은 연합군까지 한반도에서 일어난 전쟁은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 알 수 없다. 모두가 그저 주어진 임무라는 이유로 총을 들고 서로를 공격해야 하는 것이었다. 영화는 누군가의 승리를 그리지 않는다. 북한이 승리하지도 남한이 승리하지도 않는다. 동막골에서 함께한 군인들은 우리의 승리를 위함이 아닌 이 마을을 지키기 위해 연합한다. 자신들의 목숨이 끝나더라도 이 마을을 수호하겠다는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동막골 사람들이 보여준 순수함은 무지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함께함의 기쁨, 서로의 부족을 채워주고 서로가 돕고 사는 행복감, 나의 잘됨을 위해 타인을 해하지 않는 마음 등 마음과 마음이 닿는 마을이라는 점에서 모두가 순수하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을 함께 사는 것, 서로의 행복을 위하는 일이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미래이자 가치이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다

영화는 태백산 줄기가 닿은 강원도 평창의 한 마을에서 촬영됐다. 세상과는 단절된 산골 마을이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폐광촌을 세트장으로 사용했다. 집 하나 없던 땅에 집과 우물, 나무까지 하나하나 정성스레 만들어냈다. 오지를 나타내야 했기에 숲을 표현하는데 공을 들였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사용되는 총기부터 연합군의 전투기, 화약에 이르기까지 고증을 통해 작업했다. 실제로 실제 총기를 허가받아 전투씬에 활용하기도 했다. 평화롭던 마을을 표현하던 전반부와 달리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전투가 될 동막골 사수작전을 표현하기 위해 섬세한 CG 작업과 배우들의 열연이 계속됐다. 반대로 일부러 과한 CG의 느낌을 살린 멧돼지 씬도 있다. 이때만큼은 리얼리티가 아닌 함께 연합하는 모습에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멧돼지와 배우들의 오버스러운 연기와 음악이 결합되어 재미있는 장면이 탄생했다.영화는 군인들이 변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동막골 사람들의 모습도 하나하나 비춰준다. 꽃을 달고 등장하는 여일(강혜정)을 시작으로 낯선 사람들을 마을로 인도하는 주민들, 마을의 정신적 지주 촌장과 이를 따르는 마음씨 좋은 사람들까지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을 평온하게 그려내는 모습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 한민족이었던 우리가 어느 날 분단이 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일이 발생했다. 한가족이었던 우리는 어느새 70년 넘게 서로에게 총을 겨누고 있다. '왜 우리가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 됐는가'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명쾌하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웰컴 투 동막골은 우리의 과거를 그려낸 것일지도 모른다. 개개인이 모여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하나의 이념 아래 아름답게 살아가는 동막골 사람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가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오래된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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