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궁에 관상가가 등장하다
<관상>은 사람의 얼굴에 모든 것이 쓰여있다고 믿었던 조선 시대상을 담은 영화로 역모를 꾀하는 자와 왕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두 집단의 대치를 흥미롭게 그린 영화다. 조선 팔도에 소문난 관상가였던 내경(송강호)은 어느 날 김종서의 부름을 받고 궁에 입궐하게 된다. 그는 그곳에서 관상을 활용하여 인재를 등용시키고 풀리지 않는 사건을 풀어내는 능력을 발휘한다. 당시 몸이 쇠했던 왕은 호시탐탐 왕권을 노리는 수양대군을 경계했다. 아들로 이어져야 하는 왕위 계승에 불안감을 느낀 그는 내경을 통해 수양대군의 관상을 보게 한다. 내경은 수양대군의 관상을 보게 되는데, 왕의 계획을 미리 알고 있었던 수양대군은 다른 사람을 대역으로 세운다. 내경은 다른 이의 관상을 보게 되고 왕에게 수양대군은 왕위를 빼앗지 않을 것이라 고한다. 역적 할 상이 못된다는 말을 들은 왕은 편히 눈을 감는다. 김종서는 내경이 말한 수양대군의 관상을 듣고 호통을 친다. 이후 내경은 진짜 수양대군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는 수양대군의 관상을 '이리'와 같다고 표현한다. 약점을 파고드는 수양대군의 눈빛이 범상치 않음을 알게 된 김종서와 내경은 먼저 수양대군을 치려고 한다. 그러나 내경의 처남 '팽헌'이 목숨을 구제하고자 수양대군에게 계획을 발설하면서 수양대군이 김종서 대감을 살해하고 만다. 결국 수양대군은 역모에 성공한다. 내경의 가족 역시 모두 좋지 못한 결말을 맞이한다.
관상의 시대적 배경
관상은 신라시대에 들어와 고려와 조선시대에 널리 유행한다. 영화에서는 관상학을 이용하여 관상을 바꾸기 위해 점을 그리는 행동을 보여준다. 좋은 관상과 좋지 못한 관상이 학문으로 정리되어 있어 일어난 일이기도 하다. 영화는 조선시대 당시 늘 존재했던 왕위쟁탈전을 관상을 통해 풀어냈다. 문종-단종-세조로 흐르는 조선시대의 역사를 담았다. 문종은 단종을 두고 세상을 떠나길 두려워했다. 수양대군은 1453년, 계유정난을 일으켜 단종에게서 양위를 받안 7대 왕 세조가 된다. 영화 속에는 역사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이 나온다. 김종서와 한명회가 그 예다. 수양대군은 단종에게 힘을 실어주던 김종서와 그의 세력을 제거하고 왕위를 가져온다. 조선의 시대사를 가져오긴 했으나, 실제로 관상가가 개입되었었다는 역사적 사실은 없다. 실제로 세조의 어진을 보면 날카로운 인상이 아닌 둥글둥글한 관상을 가지고 있다.
우리 시대에 관상이란
모두가 예쁘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과거 관상학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인상을 갖기 위해 성형수술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 사람을 파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얼굴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얼굴(인상)은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관상은 단순히 얼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의 걸음걸이, 행동, 말투, 표정 등을 통해 파악하는 것인데 현대사회에서는 얼굴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다.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에 쉽게 현혹되는 사회를 살고 있다. 인물뿐만 아니라 보이는 기사들과 사진들에 속거나 누군가를 속이며 살고 있다. 관상을 바꾸는 것으로 사람의 삶이 변할 수 있었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관상가를 찾아갔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인물에 대한 관상이 대부분 일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관상 때문에 누군가 왕이 되거나 폐위된 것이 아니라 그의 행동과 시대적 특성이 그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보이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미소가 아닌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 하고 얼굴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탄탄한 스토리와 연기파 배우들
<관상>은 연기파 배우들과 탄탄한 스토리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 영화다. 믿고보는 배우인 '송강호'와 '이정재'가 투톱으로 등장한다. 이정재는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데,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수양대군에 대한 설명들로 인해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코믹이면 코믹, 정극이면 정극 모든 연기를 잘 소화해내는 송강호 덕분에 영화는 길을 잃지 않고 우리를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던 내경은 어느 순간 조선시대에 가장 중요한 장소인 궁을 배경으로 살아가게 된다. 해탈한 듯 너털웃음 가득했던 내경은 영화가 진행될수록 겁에 질리고 두려움에 가득 찬 모습을 보인다. 수양대군을 마주했을 때와 아들과 처남의 고초를 알게 됐을 때 그는 마음속 깊은 감정을 표정으로 담아낸다. 두 배우의 연기와 팽팽한 신경전은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영화는 관상의 학문적 근거를 재밌고 유쾌하게 풀어낸다. 역사적 사건과 관상을 잘 버무린 덕에 영화는 재미와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사랑받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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