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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코코, 기억하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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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세계로 간 미구엘

뮤지션이 되고 싶은 미구엘은 집안의 말썽꾸러기이다. 음악을 하러 떠난 후 돌아오지 않은 고조할아버지로 인해 집안이 어려워지면서 3대가 함께 사는 집에선 가벼운 노래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미구엘은 죽은 자들의 날,동네에서 펼쳐지는 경연대회에 참가하고자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유품)에 손을 대면서 '죽은 자들의 세상'에 가게 된다. 미구엘이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선 가족의 축복이 필요했다. 에르네스토가 고조할아버지라고 믿은 미구엘은 에르네스토를 만나기 위해 의문투성이 '헥터'와 함께 여행길에 오른다. 죽은 자들의 세상에는 영원한 죽음이 있다. 죽은자들의 날에 아무도 자신을 기억해주지 않으면 영원히 소멸되고 만다. 헥터는 그 경계에 서있는 존재다. 제단 위에 아무도 그의 사진을 올려놓지 않았기 때문인데 미구엘을 현실로 돌려보냄으로써 영원한 죽음에서 벗어나고자 했다.미구엘과 헥터는 합이 잘 맞았다. 음악으로 소통하고 서로 위로하며 에르네스토의 파티 현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미구엘은 자신의 진짜 고조할아버지가 헥터임을 깨닫게 되고, 헥터를 죽인 에르네스토와 대결을 펼치게 된다. 죽은 자들에 세상에 살고 있는 친척들과 힘을 합쳐 에르네스토와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미구엘은 헥터의 영원한 소멸을 막기 위해 헥터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 '코코'에게로 돌아간다. 미구엘의 할머니인 코코는 아빠(헥터)가 만들었던 "리멤버 미"라는 노래를 기억하면서 눈물을 짓는다. 가족을 버린줄 알았던 헥터가 사실은 에르네스토에게 살해당한 것이라 밝혀지면서 에르네스토의 부와 명성이 헥터의 가족에게도 돌아온다. 미구엘의 가족 역시 헥터를 기억하게 되고, 다시 음악으로 하나되는 결말을 맞는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멕시코 죽은 자들의 날>

설과 추석이면 제사를 지내며 조상들을 기리는 우리나라처럼, 멕시코에는 "죽은 자들의 날"이 있다. 매년 10월 31 ~ 11월 2일까지 멕시코에서는 집집마다 제단을 차리고 죽은 자들을 기린다. 죽은 자들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세상에 내려온다고 믿기에 슬픔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이 날을 준비한다. 영화에서 화려하게 등장하는 꽃길은 실제로 멕시코인들이 제단과 무덤에 화려하게 장식하는 메리골드 꽃을 표현한 것이다. 유교사상 아래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진중한 제사상과 달리 죽은 자들을 위한 제단은 노란색의 화려함과 설탕, 초콜릿 등 달콤한 것들로 채워진다. 죽은 자들을 기리는 슬픔의 날이 아닌 <죽은 자들을 세상으로 초대하는 날>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살아있는 자와 죽은 자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날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화려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죽은 자들의 날을 표현하고 있다.

코코 주제가 <Remember me>

리멤버미는 겨울왕국 Let it Go의 작곡가로 알려진 로버트 로페즈&크리스틴 앤더슨 로퍼즈 부부가 만든 주제곡이다. 죽은 자들의 날이면 이승으로 가는 메리골드 꽃길이 열린다. 그 길을 건너기 위해선 이승에 있는 누군가의 기억이 필요하다. 영화는 이승과 죽은 자들의 세상을 연결하는 장치를 만들었고, '기억과 추억'이라는 주제에 살리기 위해 '리멤버미'라는 곡을 활용한다. 에르네스토 버전의 리멤버미는 화려하고 강렬하다. 노래 가사보다 흥 위주의 즐거움을 담아냈다면, 미구엘이 코코에게 불러주는 리멤버미는 노래 가사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기타 선율로 담백함과 진심을 나타냈다. 죽음 이후의 삶을 그려낸 영화의 방식도 독특했지만, 무엇보다 세상에서 잊혀질 때 영원한 죽음을 맞는다는 설정은 한 사람의 인생이 숨이 끊어짐으로 소멸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살아있는 존재는 대부분 가족일 것이고 사랑했던 누군가일 것이다. 영화는 이승에서 만날 수 없는 죽은 사람도 내가 기억하는 한 영원히 나와 함께할 수 있다는 기쁨과 희망을 보여줬다. 멀리 떨어져있어도 나의 마음속에 있다는 이후 가사의 내용처럼 우리는 기억함으로 누군가를 영원히 마음에 품을 수 있다.

누군가를 추억하게 되는 영화

코코를 보고있으면 나를 스쳐간 인연들이 떠오른다. 이미 세상을 떠난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물론, 어릴 적 소소한 일상을 함께했던 친구들도 떠오른다. 죽음을 슬픔으로만 여겼던 나에게 영화 코코는 "죽음이란 이승에서의 삶의 마침표일 뿐, 내가 기억하는 한 영원히 죽음은 없다"는 위로를 전해줬다. 화려하게 표현된 죽은 자들의 세상 역시 슬픔의 장소가 아닌 여전히 기쁨이 가득한 공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했다. 누군가의 죽음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혹은 누군가 그리울 때 보면 좋을 영화다. 노래 가사와 대사들에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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