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머 필름을 타고! 청량감 넘치는 10대의 여름을 그리다

썸머 필름을 타고! 스토리라인(결말O)

일본 10대 청소년의 푸르른 계절을 노래한 이 영화는 영화부원인 맨발(닉네임)의 영화 제작기를 그리고 있다. 10대 소녀의 감성 하면 떠오르는 ‘로맨스, 짝사랑, 첫사랑’이 아닌 ‘사무라이’에 푹 빠져있는 맨발은 영화부에서 독특한 이방인으로 통한다. 킥보드와 블루 하와이가 맨발의 유일한 무비 메이트이다. 영화부 시나리오 공모에서 떨어진 맨발은 어느 날 자신의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시나리오의 완벽한 주인공을 만나면 영화를 찍겠다던 맨발은 사무라이 영화제에서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주인공을 마주친다. 조금은 수상한 그(린타로)는 미래에서 온 인물이다. 린타로는 미래의 거장인 맨발의 첫 무비인 데뷔작을 보기 위해 시간을 건너왔다. 맨발은 린타로에게 자신의 첫 영화 주인공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학교에서 조금 독특하기로 소문한 친구들이 모아 팀을 만든다. 제작비가 없어 이삿짐 아르바이트를 함께하고 핸드폰과 자전거 조명, 마이크 등을 이용해 단편 무비를 촬영을 시작한다. 맨발에게는 혼자만의 라이벌이 있었으니 바로 카린이다. 카린은 시나리오 공모에서 이겨 러브스토리 영화를 제작 중인데, 가는 장소마다 카린의 영화팀과 마주치게 된다. 자신에 영화에는 절대 ‘사랑’ 요소가 나올 수 없다고 다짐하던 맨발은 영화를 찍는 과정에서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도 한다. 린타로가 미래에서 온 것을 알게 된 맨발과 친구들은 미래에 영화가 없어졌음을 알게 된다. 몇 초면 끝나는 영상만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맨발은 슬럼프를 겪게 되고 영화의 결말은 바뀌고 만다. 영화가 상영되는 축제 당일, 미래에서 온 린타로가 출연한 영화이기에 영화는 폐기되야하는 위기에 처한다. 영화 상영이 시작되고 맨발은 라스트씬에 이르자 갑자기 영화를 종료한다. 자신의 마음을 숨겨가며 영화의 결말을 몇 번이고 바꿨던 맨발은 본인의 영화 결말을 재촬영하기로 결심한다. 연극처럼 그들은 영화가 상영되던 체육관을 배경으로 결말을 써 내려간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던 린타로와 맨발은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고, 미래에도 영화가 있게 해 달라는 부탁과 다짐이 함께 나오며 막을 내린다. 린타로와 맨발의 라스트씬은 아마도 기록물로 남지 않았으나, 두 사람과 친구들에겐 영원한 영화로 기록된다.

열정적인 학창 시절을 그리다

영화는 10대 동아리 활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동아리실에 모여 시간을 함께 보내고 좋아하는 것들을 공유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 부원들과 주인공들은 한없이 열정적이다. 작열하기 위해 오늘도 떠오르는 여름의 태양처럼 반짝이고 이글거린다. 각자가 좋아하는 스토리에 따라 로맨스, 사무라이, 운동 등에 열중하고 열정적으로 그 마음을 표현한다. 맨발과 킥보드, 블루하와이의 아지트에는 사무라이 영화와 포스터가 가득하다. 10대라면 한 번쯤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친구가 좋아하는 것을 쫓아 좋아하기도 했을 것이다. 블루하와이 역시 그러한 인물로 등장한다. 검도부원인 블루하와이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긴 채 맨발과 킥보드와 사무라이 영화를 즐겨본다. “친구라면 뭐든 좋아”라는 10대의 마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열정적이지 않은 학생이었다. 학교에 재미있는 동아리가 없었을뿐더러 밴드나 연극부처럼 서열과 기강이 강한 부서는 나와 맞지 않았다. 만약에 그때 그런 동아리를 선택했다면 ‘나의 청춘이 더 반짝이지 않았을까’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영화의 결말은 내가 다시 쓰고 싶을 정도로 오글거렸다. 딱 일본 느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만화적 요소가 강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나는 영화의 내용은 매 순간 영화에 진심인 10대 학생들의 열정이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서로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그 가운데 사랑과 우정이 오가는 이제 막 익기 시작한 과일의 열매와 닮았다. 끝을 알 수 없지만 매 순간 짙어지고 있는 열매처럼 학생들은 행복해 보였다. 학교와 동네, 바다에서 펼쳐지는 익숙한 일본의 풍경이 영화의 감성을 더했다. 나는 영화 속 주인공들이 부러웠다. 그 이유 없는 열정,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는 맑은 눈망울이 예뻤다.
“너희들의 청춘을 내가 좀 쓸게”라는  영화 속 명대사처럼, 영화속 여름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청춘의 열정과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기억해야 할 영화라는 영화적 요소

린타로는 미래에서 온 소년이다. 나이도 모르고 린타로라는 이름이 본명 인지도 알 수 없다. 사이보그같은 목폴라티만 입는 그를 보면 딱 미래 속에서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가 시간을 뛰어넘은 이유는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미래에는 영화가 없다’라는 그의 말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맨발이 미래의 거장이라고 불리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만든 영화가 꽤 존재하는 것이 틀림없다. 미래에서 찾을 수 없는 맨발의 데뷔작을 따라 이곳에 온 그는 마시멜로에도 신기한 반응을 보인다. 단순히 10-20년을 뛰어넘은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어디에서 왔든 상관없다.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던 우리 었지만, 2시간의 지루함보다 배속으로 돌려보거나 집에서 뒹굴거리며 구간반복을 할 수 있는 OTT 서비스에 익숙하다. 몇 년 안에 벌어진 일이다. 10-20분 남짓한 유튜브에서 10초 5초 단위로 끝나는 영상산업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과거에 메여있는 사람처럼 나는 이 빠르고 간결한 영상산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 역시 영화이 결말이 궁금해 시간을 뒤로 넘기거나, 같은 영상을 몇 번이고 반복하여 보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짤’이라는 말보다 릴스, 틱톡이 익숙한 10대를 생각한다면 린타로가 온 미래는 우리가 사는 곳과 닮았을지도 모른다. ‘찰나의 순간’을 즐기는 우리에게 긴 호흡 속에 닮긴 삶의 가치들을 영화는 지금도 말하고 있다. 단편영화와 25초 영화제처럼 과연 길이만으로 영화가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썸머 필름을 타고!>는 빠르고 즉각적인 시각적 자극만 바라는 사람들에게 결말만 보는 게 아니라 과정을 봐달라고 말한다. 이상한 영화의 결말보다 10대 청춘들이 써 내려간 제작일지가 더 기억에 남는 것처럼 시간을 타고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펼쳐진 눈앞의 삶을 더 사랑해야 할 것이다. 나라는 영화는 연속상영중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