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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수상한 그녀, 꽃청춘을 노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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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노인, 스무 살이 되다.

아들의 집에서 환영받지 못하던 존재였던 욕쟁이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은 자신을 요양병원에 보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상실감에 길을 걷다 청춘사진관에 들러 영정사진을 찍으며 마음을 추스른다. 주름진 얼굴, 굽은 어깨에 가족들에게 불편한 존재였던 그녀는 사진관을 나오는 순간 스무 살 여인으로 변하게 된다. 수상한 그녀는 "칠순 노인이 이십대로 돌아가 청춘을 즐긴다"는 큰 맥락 아래 말순의 행복과 가족의 소중함을 그려낸 영화다. 젊어진 몸으로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녀는 동네 친구인 박 씨의 집에 세를 들어 살게 된다. 20대로 돌아단 말순은 '오드리'라는 가명으로 생활하게 된다.이따금 자식들이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던 말순은 어느 날 손자 반지하와 얽히게 되고, 자신의 꿈과 같았던 노래를 하는 일에 함께하게 된다. 영화배우 오드리햅번을 오마주한 그녀의 캐릭터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청춘시절에 누릴 수 있는 짝사랑, 첫사랑은 물론 꿈을 이루고 활기를 되찾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대 꽃청춘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반지하 밴드에서 리드보컬로 함께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갑작스러운 지하의 사고 소식에 말순은 자신의 피를 수혈하게 된다. 상처가 난 자리는 과거 본인의 모습(할머니)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는 가족을 위한 선택을 한다. 젊음이 주는 기쁨보다 가족이 제일 우선인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심은경 배우의 재발견

말순의 20살을 연기하는 배우 심은경은 영화 속에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심은경 배우는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유쾌한 캐릭터 오드리를 정말 잘 표현했다. 20살의 몸을 가졌지만 칠십 평생 살아온 말투와 행동들은 그대로였기에 그녀의 외모와 행동의 상반된 모습은 오드리의 매력포인트이기도 하다. 스무 살의 풋풋함과 칠십 노인의 뻔뻔함을 함께 동시에 연기해야 했기에 주연배우의 연기 스팩트럼이 매우 중요했는데 심은경은 20대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겉모습만 젊은 노인의 행동을 너무나도 익살스럽게 잘 연기했다. 한마디로 망가지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그녀 덕분인지 B급 감성으로 빠질 뻔한 영화는 대중적으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예쁜 역할만 선호하는 20대 여배우들에 반해 영화 속 캐릭터의 매력을 더 가치 있게 여긴 심은경배우의 선택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엄마도 한 사람이다.

눈물로 키워낸 아들이 번듯한 직장과 가정을 꾸린 모습에 말순은 행복감을 느낀다. 자신의 젊은 시절을 희생하여 키워냈음에도 현철은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 짐처럼 여기는 모습을 보인다. 가정의 불화는 어머니 때문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키워준 엄마를 요양병원에 보낼 생각까지 한다. 엄마의 젊은 시절은 기억하지 못한 채 자신의 삶에만 집중한 그였다. 그는 어머니가 갑자기 사라지고 나서야 엄마의 빈자리를 느낀다. 어느 날 한 젊은 청년에게서 어머니의 인상을 받게 되는데, 걱정 근심 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살아가는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현철은 눈물을 흘리고 만다. 나의 단단한 뿌리 같았던 엄마도 한 여인이자, 꿈이 있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말순은 젊어져서까지 손자 사랑을 이어간다. 돌아온 나의 20대보다 손자의 하루하루가 더 소중했기에 그의 꿈을 지지하고 마음을 담아 지지한다. 영화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고한다. 당신의 엄마 아빠도 <꽃청춘을 노래하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태어날때부터 나의 엄마 아빠였기에 그들의 젊은 시절과 인생의 고단함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영화는 우리가 무시하고 때로는 손가락질했던 노인들이 지난 과거에 열정 넘치던 젊은이 들이었다는 걸 각인시킨다. 그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일군 한국 사회이기에 노인은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임을 설명한다. 고령화 시대에 들어선 이후 세대 간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서로를 비난하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고 응원한다고 말하고 있다.

재탄생한 7080명곡들

반지하 밴드에 오드리가 합류하면서 그들은 과거의 올드한 곡들을 현시대의 느낌으로 재편곡한다. 그 곡들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모습이 영화에 등장하는데, 실제로 심은경 배우가 OST에 참여해 수준 높은 실력을 보여줬다. 영화의 사용된 가요들은 7080 세대 곡들이다. <하얀 나비> <나성에 가면>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노래를 선택하여 신구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실제로 수상한 그녀는 한 세대가 아닌 모든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다. 7080 명곡을 사용함으로써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과거를 만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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