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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말하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선택의 이유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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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드슨강 비상착륙의 뒷 이야기를 그린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은 2009년 1월 US 에어웨이즈 1549편이 버드 스크라이크(항공기에 조류가 충돌하여 생기는 사고)로 인해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한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설리는 당시 기장이었던 체슬리 설렌버거 3세를 의미한다. US 에어웨이즈는 이륙 후 2분 만에 세때와 충돌하면서 엔진 2개가 정지하게 된다. 보통은 1개가 손상되었을 때 다른 엔진으로 비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는데, 동시에 2개가 멈추게 되면 동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추락하게 된다. 설리는 착륙을 위해 가까운 공항을 찾게 되지만, 이동시간을 고려해볼 때 이동 중에 추락할 것을 예상하여 허드슨강에 착륙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기장 설리와 부기장 제프는 침착함 속에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하게 되고 다행히 모두가 생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영화는 단순히 이들의 탈출을 그리지 않는다. 설리를 영웅화하는 영화가 아니다. 영화는 설리와 제프의 선택에 대해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가'에 집중한다. 모두가 무사한 지금 손뼉 치며 기쁨을 나누는 것이 아닌, 강에 비상 착륙한 것을 철저히 살펴봄으로써 잘못된 것은 없는지, 가장 옳은 선택이었는지 공청회를 진행한다. 설리는 비행 시뮬레이션의 결과물과 자신이 선택한 비행의 결과물을 비교하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다. 무리한 착륙을 했다는 반응 가운데 설리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비상착륙 사건과 공청회 모습을 통해 '기적'이라고 표현된 영화의 제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설리, 영웅이었던 사람의 내면을 그리다.

영화의 제목에서와 같이 허드슨강의 기적을 일으킨 설리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버드 스크라이크로 인해 US 에어웨이즈는 공항이 아닌 강 위에 비상착륙하게 된다. 다행히 인명사고가 나지 않았고, 기장인 설리는 가장 늦게 비행기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람들 사이에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떠들썩한 언론과 감동받은 사람들과 달리 영화는 비상착륙사고에 대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설리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인다.허드슨강에 착륙한 것이 오히려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 행동이 아닌가'에 대한 집중 추궁으로 인해 설리는 불안감과 심한 압박감을 느끼게 된다. 근처 공항으로 회항하는 방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물들이 모두 성공으로 나오면서 설리는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잃게 되기도 한다. 영화는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웅으로 기억되는 한 사람의 내면을 심도 있게 그려낸다.행동에 대한 이유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기장의 모습은 실로 괴로워 보였다. 실제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는 신체적, 정신적 압박도 톰 행크스의 연기를 통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심한 압박감에도 불구하고 설리는 그들이 제시한 시뮬레이션의 오류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설리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다는 결론을 맞는다. 스스로를 영웅으로 여길 수 없었던 설리 역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을 갖게 된다. 기장과 부기장이 겪어야 했던 인간으로서의 괴로움을 발견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영화의 마지막에는 생존자 155명의 짧은 모습이 담겨있다. 항공기에 탑승했던 전원이 구조되었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서로의 마음속에 영원히 함께하게 되었다는 감동적인 멘트가 가슴에 남는다. 영화 <설리:허드슨강의 기적>은 생사의 죽음앞에 서로가 하나가 되었던 그날의 기억이 더욱 가치 있게 만든 영화라 볼 수 있다.

대형사고에 대처하는 미국의 자세

허드슨강 비상착륙사건은 2009년에 발생했다. 기장인 설리를 중심으로 그려지는 이 영화는 대형재난사고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보면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떠오른다. 국가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건의 당사자부터 사건을 규명해야 하는 정부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었다. 영화는 '설리의 선택'에 집중한다. 1차적으로 그의 선택의 타당성을 파악하려 든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그 대처가 올바른 방식이었는지, 더 나은 선택지는 없었는지 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루어지는 미국의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진상규명대책위원회는 있으나 제대로 된 결론이 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국가적 재난이나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법망을 피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습이 더 잘 드러난다. 제대로 된 조사와 결과 없이 이루어지는 땜빵식 법개정은 새로운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에서 설리는 과도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이 사건에 대해 미국 정부와 항공사가 관심 있게 지켜봤기 때문이다.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언제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911 테러 이후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 메모리얼 파크를 만들어 추모하고 기억하는 미국과 달리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삼풍백화점 위령탑은 전혀 관계없는 장소에 만들어져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사라진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수수방관하거나 덮는 것이 모두에게 좋을 것이란 생각을 버려야 한다. 사건사고를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다 투명하고 진실되게 기록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설리처럼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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